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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당신이 사랑을 할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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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경녀 댓글 2건 조회 635회 작성일 01-08-2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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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당신이 사랑을 할 땐...



오늘 아침은 잠시 들러갈 곳이 있어
여늬 때보다 한 시간쯤 여유있는 출근길이었습니다...

현관 앞 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선 저는
두 눈으로 한꺼번에 달려드는 순간적인 충격에
잠시 눈을 감아버려야 했습니다...

아... 정말 눈부신 아침이었습니다...

펜 끝으로 [ 톡 ] 치면 [ 쨍 ]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물이 와르르 쏟아져 버릴 것만 같이
푸르디 푸른 비취빛 하늘...

이 며칠... 오락가락 하시던 장마비가 틈틈이 씻어놓았는지
오늘따라 유난히도 뽀얗고 하얀 구름이 푸른 하늘에
그 폭신한 배를 깔고 유유히 엎드려 있는 고운 자태는...

아직  [ 장마 ] 중이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무색하리만치 아름다웠습니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잠시 어두웠던 마음이
일시에 걷히는 듯했습니다.

문득... 전철을 버리고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살 속에 눅눅히 젖어 있던 마음을 꺼내어
고루 펴 널어놓고 보송보송 말려 보리라... 하면서...

그런데... 버스를 타고 보니 또 번호를 잘 못 보고 탔나 봅니다.

길눈 어두운 것만도 서러운 내력이건만 시력서껀 아득하여
늘 돈은 돈대로 들고, 다리품은 다리품대로 팔며 사는 저는
참 딱하고 모자라는 여자입니다.

하는 수 없이 버스를 갈아 타기 위해 잠실에서 내렸습니다.

잠시 볕을 피해 무성한 플라타너스 그늘 밑으로 들어선 제 눈에
저만치 한 쌍의 젊은 연인이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행복한 연인들이 아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짐작컨대...
그들은 지금 [ 이별 ] 을 하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결 고운 긴 머리의 여자는 남자를 외면하고 서서
애써 눈물을 감추려는 듯하였지만 이미 눈물은 대책 없이 흘러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온통 적시고 있었습니다.

행인들은 바쁜 걸음을 옮기던 와중에도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연인들을 보고는
어쩔 수 없는 호기심에 힐끔거렸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달래보려 했지만 이미 감정이 격해진 여자는
남들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흐르는 눈물조차 닦아볼 생각을 않은 채
조용히 숙여진 고개만이 가끔씩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표정 역시 석고상처럼 굳어 있었습니다만,
주위에 꽤 신경이 쓰이는 듯 어색한 몸짓으로 안절부절이었습니다.

저는 멀찌감치 서서 그들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 저 남자는, 여자가 남자를 사랑한 만큼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구나... '

모르던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좋아하고
자기 몸처럼 아껴주고, 그리워 하며 애틋해 하다가...

이제 어떤 가슴 아픈 사연으로 이별을 하는 데
타인의 눈 때문에 마음껏 슬플 수 없다는 것은,

이 헤어짐이 그 남자에 의해 준비된 이별이며
그 남자가 그만큼 계산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저들은 왜 하필,
오늘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날 이별을 하는 걸까...

차라리 조금은 궂은 날...
구름에 가리우고, 간혹 빗방울에 젖어가며 헤어진다면
저들이 지어내는 이별의 무늬가
이토록 선연히 드러나지는 않을 텐데...


* * * * * * *

그대와 나, 우리의 운명 속에선
[ 만남 ] 과 [ 이별 ] 이 한 방을 쓰고 있답니다...

[ 만남 ] 이 깨어 있을 때
[ 이별 ] 은 한 쪽에 곤히 잠들어 있지요...

그대여... 당신이 사랑을 할 땐 조심하세요...

[ 이별 ] 이 깨지 않도록...

* * * * * * *


제가 타야 할 버스가 두 대나 지나갔건만
저는 쉽게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마음으로
그 여자의 아픔을 제 가슴 저미게 느끼면서,

[ 순진한 ] 여자와  [ 계산적인 ] 남자의 이별식에
저 홀로 증인되기를 자처하였습니다.

다시 얼마 간 야속한 시간이 흐르고, 여자는 결국
떨군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뒤돌아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아쉬움인지... 미안함인지... 돌아서는 여자를 잡기는 했으되
어설프고 어정쩡한 남자의 손...

한 때 여자의 가녀린 손과 여윈 어깨를 따뜻이 감쌌을 그 손을
그래도 미련이 남는지 단호하게 뿌리치진 못한 채 살며시 놓고
힘없이 뒤돌아 서는 여자에게 저는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이봐요...

훗날 다시 사랑을 하게 되면, 더 이상 아프지 마세요.

지금 당신이 힘겹게 견디어내고 있는 이 슬픈 이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행복한 사랑을 하게 되길 빌어 드릴게요.

그러나... 다음에 찾아올 사랑을 위해 명심하세요...


사랑은...

욕망으로 파괴되고...
기대로 허물어지며...
의심으로 퇴색되고...
무관심으로 드디어 그 終末을 고하는 것이랍니다...




                                  ----- Let me see --------------





댓글목록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명진씨의 신청기간은 24일까지로 ㅋㅋㅋ 이랬는데 안가면...진짜바보 ㅋ

신명진님의 댓글

신명진 작성일

또 바보래~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