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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600만 불의 사나이보다 비싼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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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경녀 댓글 3건 조회 665회 작성일 01-07-3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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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진희 씨...
 
  저 드디어 왔어요.
  천성이 게을러서 온다고 이야기한 지 한 달도 지난 이제사
  겨우 들렀네요.

  그리고...
  진희 씨를 사랑하고, 그녀에게서 용기와 힘을 얻으며
  또한 서로서로를 북돋아주시는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저도 무척 반갑습니다.

  저는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서 '신호등'이라는 월간지를
  만들고 있답니다.

  저 역시 우연한 기회에 진희 씨를 알게 되어 만났고
  제가 만드는 월간지에 진희 씨를 소개한 일이 있었지요.

  솔직히 고백하거니와 진희 씨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
  아마도 그녀는 조금은 어둡고 비관적인 사고를 가졌을 거라고
  나름대로 어줍잖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녀를 만나는 일이 조금은 걱정스럽고 부담스럽기까지
  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제 앞에 나타난 진희 씨는 저의 그런 선입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말끔히 씻어내 주었답니다.

  김진희... 그녀는 무엇보다 참으로 밝았습니다.

  장애인이므로 그녀가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어두움이나 자기비하, 그리고 세상에 대한 원망...

  그런 것은 그녀에게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멀쩡한 육신으로도 제 몫을 다하며 살고 있지 못한 제게
  그녀는 얼마나 빛나는 존재이던지요...

  다음은 제가 썼던 그녀에 대한 짧은 기사입니다.
  인사로 남기고 갑니다.

  앞으로 종종 이 곳에서 여러분과 만날 수 있기를...

   
 
                              ----- Let me see --------------------





  *** 600만 불의 사나이보다 비싼 여인
      - 의족으로 유럽 배낭여행, 김진희 씨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지난 97년 3월 21일.
  결혼을 한 달 앞둔 행복한 예비신부였던 김진희 씨는 출근길,
  중앙선을 넘어온 5톤 트럭과 충돌하였습니다.

  처참하게 '부서졌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던 그녀.
  살아있음을 알리는 그녀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한 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영안실행을 모면하고 두 달만에 퇴원했을 땐
  행복한 결혼도, 꿈꾸던 미래도
  잘려나간 왼쪽 다리와 으스러진 얼굴, 망가진 팔과 함께
  일순간에 사라져버린 후였습니다.

  여러 번,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았지만
  사람 목숨이란 얼마나 질긴 것인지 마음대로 죽어지지도 않더랍니다.

  2년이 넘는 병원생활 동안
  그녀의 다리는 세 번 더 짧아졌고 팔과 다리에는 인공관절이 심어졌으며
  네 번의 성형수술 끝에 예전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막다른 절망 속을 헤매던 그녀는
  '두 다리 없는 미국여성이 특수의족으로 육상선수 겸 모델로 활약 중'이란
  신문 기사를 읽게 되었답니다.

  집요한 추적 끝에 에이미 멀린스라는 그 미국여성을 통해
  재활의학으로 유명한 영국의 도셋병원을 소개 받았고
  e-mail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기 위해 병상에서 영어와 컴퓨터,
  인터넷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99년 11월 6일, 목발을 짚은 채 혼자 영국으로 향했으며
  그해 12월 25일, 그녀는 사고 전처럼
  두 다리로 걸어 김포공항에 내렸습니다.
 
  부모님께 그보다 더 큰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을 테지요.

  지난 5월에는 두 달 동안 의족을 친구 삼아
  유럽 8개국 배낭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비장애인들처럼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놓은 각종 시설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것이 가장 부러웠다는군요.

  그녀는 자신과 같은 절단 장애인들을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고
  상담과 조언을 통해 그들도 홀로 설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번 성형수술을 더 거쳐 얼굴이 받쳐만주면(?)
  장애인 모델이 되어 그늘 속에 웅크린 다른 장애인들도
  밝은 세상 속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다고
  환하게 웃는 그녀.

  우리나라에는 아직 미진한 의지보조기학 공부를 위해
  후년쯤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는 당찬 그녀, 김진희.

  세상에서 제일 비싸다는 '600만 불의 사나이'가 한때 인기를 모았었지만
  정말 보석 같은 그녀가 겨우 600만 불만 하겠습니까...


  http://www.uk-ortho.co.kr


  < 교통안전 종합정보지 월간 '신호등' 2000년 12월호 >





 

 
 

댓글목록

신명진님의 댓글

신명진 작성일

안녕~!! 승현 ^^ 명지니 형인데 반갑다. 의족 많이 부담되지.. 말못할 걱정도 많고..

신명진님의 댓글

신명진 작성일

그래도... 이렇게 공감가고 너의 고민에 공감가는 사람들을 이곳에서 만날수 있으니..

신명진님의 댓글

신명진 작성일

종종 물어봐~!! 많은 분들이 조언해주고 응원해 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