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진희님 잘 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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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ECO 댓글 0건 조회 654회 작성일 03-01-21 23:40본문
바쁘시죠.
답변이 좀 늦었지요.죄송...
고정 패널 자리를 맡으셨다니...축하 드립니다.
에궁 부러워라...
전 워낙 글 재주가 없어서...
어떤 내용인데요..좀 궁금해 지네요.
저의 경우 모든 것을 사소한 것 까지도 부모님과 상의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좋은 글 감사드리구요...재미있는 한주 되세요.
> 청와 님이 쓰신 글입니다.
> 바쁘다. 어제 아침도 그랬고 그제 아침도 그랬으며, 오늘 아침도 여전히 그렇다. 몇 달 전 서울 달동네로 이사 오고 난 후부터는 더 그렇다. 다행인 것은 버스 종점이라 너끈하게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것. 바쁜 출근시간에 잠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북적거리는 시내로 나올라치면 한 명, 두 명 짐짝처럼 쌓이는 것이 이내 벌리고 있던 다리를 야무지게 오므리라고 한다. 한껏 펼쳐보고 있던 조간 신문은 구겨진지 이미 오래다.
>
> 그렇게 북적거리는 순간이지만 가만히 귀를 세우고 있노라면 단말마 같은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띠딕’ 거리는 기계음 아니면,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라는 감정 없는 어떤 이름 모를 여인네의 목소리 둘 중 하나다.
>
> 창 밖에는 버스를 타지 못한 사람들이 버스 매표소 옆에 길게 늘어서 있다. 자기 차례가 되려면 아직 멀어 보이는 사람들도 하나 같이 지갑을 들고 서있다. 시간이 제법 되었는데도 버스 매표소는 문을 열지 않았다.
>
>
> 몇 년 전이다. 그 때 내가 살던 곳에는 아주 예쁜 버스 매표소가 있었다. 주변에서는 꽤나 소문 난 곳으로 신문에 몇 번 소개되기도 한 곳이다. 매표소 정면에는 커다랗게 어눌한 글씨로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줄여서 ‘행복 매표소’라고 불렀다.
> 행복 매표소 밖에는 깨끗한 거울과 매표소 주인의 자작시가 소박하게 걸려있었다. 그리고 매표소 안에서부터 슬그머니 이어져 나온 스피커 선을 타고 비틀즈의 음악이 쉼 없이 흘러나오는 마치 그림 속의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 매기도 하고, 비틀즈 선율에 맞춰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기도 했다.
> 멀뚱거리는 두 눈만 간신히 볼 수 있는 매표구로 1000원짜리 지폐와 ‘하나요!’라는 목소리가 들어가면, 이내 반대편에서 흰 손이 토큰과 잔돈을 슬그머니 건넨다. 그리고 하나 더.
> 행복 매표소가 사람들에게 덤으로 건넨 것은 다름 아닌 주인의 자작시였다. 사람들은 그 시를 읽으면서 엷은 미소를 띄웠다. 또 어떤 이는 시의 한 구절을 띄엄띄엄 중얼거리기도 했다. 여전히 머금은 미소가 아름다웠다.
>
> 하루는 매표소 문을 두드리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주인은 잠시 놀란 눈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웃으며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둘이 앉기는 비좁아 보이는 자린 데도 선뜻 한 켠을 나에게 권한다. 그리고는 첫 마디를 꺼냈다.
> “어버버버”
> 그렇게 들렸다. 25살 먹은 뇌성마비 장애인의 말을 내 귀가 바로 담아 듣지 못한 것이다. 그 말은 이랬다.
>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한껏 웃으며 장난기 서린 눈웃음까지 흘렸다. 나도 머쓱하게 그의 인사를 받았다. 순간 가을 햇살 한 줄기가 매표구를 통해서 들어와 한쪽 구석에 뿌리를 내렸다. 사각으로 난 매표구 너머는 흡사 몬드리안의 그림이었고 사진기 뷰파인더에 비친 피사체였다. 얼굴 없는 신사의 검정색 구두가 찍히기도 하고, 아슬아슬해 보이는 여인의 허벅지가 찍히기도 했다.
> “하나요”
> 사각의 지폐가 사각의 프레임 속으로 건네졌다. 그러면 행복 매표소의 주인장은 대신 둥근 토큰과 동전을 건넸다. 받아 든 나그네는 행복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그 매표소에는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주고도 남을 만큼의 토큰이 쌓여 있었다.
>
>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
> 깔끔하게 차려 입은 청년이다.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많이 당황한 표정이다. 몇 번이고 정성스레 카드를 대 보지만 여전히 여인네는“카드를 다시 대주세요”란다.
> 그렇다. 나는 지금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잃어버린 것만은 분명하다. 혹시나 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이리 저리 휘저어 본다.
> “드르륵, 철커덩”
> 순간 나의 시선은 빠르게 버스 안 이곳 저곳을 훑는다. 그리고 멈춘다. 버스 운전기사님 옆에서 징그럽게 입을 벌리고 있는 요금함이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헤매 다니던 내 손도 뭔가를 찾은 모양이다. 꽉 움켜진다.
>
> 주머니에서 손을 빼낸다. 동전이다. 그리고 조금 전에 들었던 소리도 요금함에 떨어지는 동전 소리였다. 그랬다. 나는 ‘띠딕’이나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라는 소리가 아닌 ‘드르륵’거리며 떨어지는 토큰 소리가 듣고 싶었던 것이었다.
>
> 이제는 사라진, 그러나 옛날의 기억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 것들이 그리웠던 것이었다.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행복 매표소에서 나눠준 행복은 다름 아닌 추억이었다. 한 구절의 시구에 만족해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떠나는 나그네들의 발자국 소리였다.
>
> 위의 글은 제가 알고 있는 구 성국님의 기고 기사입니다.
> 정말 요즘 전 무었을 잊고 사는 것같습니다.
> 무었을 잊어 버렸을까 갸우뚱 ^^?
> 조금 전에 또다른 아는 분이 메일에서
> 레이 칼슨의 말처럼 봄이 침묵하기도 전에
> 겨울이 먼저 침묵한다고 안타까워 하더군요
> 겨울이 와야 봄이 올텐데 ^^
> 가끔 들러 보겠습니다.
> 수고 많이 많이 하세요.
답변이 좀 늦었지요.죄송...
고정 패널 자리를 맡으셨다니...축하 드립니다.
에궁 부러워라...
전 워낙 글 재주가 없어서...
어떤 내용인데요..좀 궁금해 지네요.
저의 경우 모든 것을 사소한 것 까지도 부모님과 상의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좋은 글 감사드리구요...재미있는 한주 되세요.
> 청와 님이 쓰신 글입니다.
> 바쁘다. 어제 아침도 그랬고 그제 아침도 그랬으며, 오늘 아침도 여전히 그렇다. 몇 달 전 서울 달동네로 이사 오고 난 후부터는 더 그렇다. 다행인 것은 버스 종점이라 너끈하게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것. 바쁜 출근시간에 잠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북적거리는 시내로 나올라치면 한 명, 두 명 짐짝처럼 쌓이는 것이 이내 벌리고 있던 다리를 야무지게 오므리라고 한다. 한껏 펼쳐보고 있던 조간 신문은 구겨진지 이미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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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북적거리는 순간이지만 가만히 귀를 세우고 있노라면 단말마 같은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띠딕’ 거리는 기계음 아니면,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라는 감정 없는 어떤 이름 모를 여인네의 목소리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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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밖에는 버스를 타지 못한 사람들이 버스 매표소 옆에 길게 늘어서 있다. 자기 차례가 되려면 아직 멀어 보이는 사람들도 하나 같이 지갑을 들고 서있다. 시간이 제법 되었는데도 버스 매표소는 문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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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이다. 그 때 내가 살던 곳에는 아주 예쁜 버스 매표소가 있었다. 주변에서는 꽤나 소문 난 곳으로 신문에 몇 번 소개되기도 한 곳이다. 매표소 정면에는 커다랗게 어눌한 글씨로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줄여서 ‘행복 매표소’라고 불렀다.
> 행복 매표소 밖에는 깨끗한 거울과 매표소 주인의 자작시가 소박하게 걸려있었다. 그리고 매표소 안에서부터 슬그머니 이어져 나온 스피커 선을 타고 비틀즈의 음악이 쉼 없이 흘러나오는 마치 그림 속의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 매기도 하고, 비틀즈 선율에 맞춰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기도 했다.
> 멀뚱거리는 두 눈만 간신히 볼 수 있는 매표구로 1000원짜리 지폐와 ‘하나요!’라는 목소리가 들어가면, 이내 반대편에서 흰 손이 토큰과 잔돈을 슬그머니 건넨다. 그리고 하나 더.
> 행복 매표소가 사람들에게 덤으로 건넨 것은 다름 아닌 주인의 자작시였다. 사람들은 그 시를 읽으면서 엷은 미소를 띄웠다. 또 어떤 이는 시의 한 구절을 띄엄띄엄 중얼거리기도 했다. 여전히 머금은 미소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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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는 매표소 문을 두드리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주인은 잠시 놀란 눈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웃으며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둘이 앉기는 비좁아 보이는 자린 데도 선뜻 한 켠을 나에게 권한다. 그리고는 첫 마디를 꺼냈다.
> “어버버버”
> 그렇게 들렸다. 25살 먹은 뇌성마비 장애인의 말을 내 귀가 바로 담아 듣지 못한 것이다. 그 말은 이랬다.
>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한껏 웃으며 장난기 서린 눈웃음까지 흘렸다. 나도 머쓱하게 그의 인사를 받았다. 순간 가을 햇살 한 줄기가 매표구를 통해서 들어와 한쪽 구석에 뿌리를 내렸다. 사각으로 난 매표구 너머는 흡사 몬드리안의 그림이었고 사진기 뷰파인더에 비친 피사체였다. 얼굴 없는 신사의 검정색 구두가 찍히기도 하고, 아슬아슬해 보이는 여인의 허벅지가 찍히기도 했다.
> “하나요”
> 사각의 지폐가 사각의 프레임 속으로 건네졌다. 그러면 행복 매표소의 주인장은 대신 둥근 토큰과 동전을 건넸다. 받아 든 나그네는 행복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그 매표소에는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주고도 남을 만큼의 토큰이 쌓여 있었다.
>
>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
> 깔끔하게 차려 입은 청년이다.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많이 당황한 표정이다. 몇 번이고 정성스레 카드를 대 보지만 여전히 여인네는“카드를 다시 대주세요”란다.
> 그렇다. 나는 지금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잃어버린 것만은 분명하다. 혹시나 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이리 저리 휘저어 본다.
> “드르륵, 철커덩”
> 순간 나의 시선은 빠르게 버스 안 이곳 저곳을 훑는다. 그리고 멈춘다. 버스 운전기사님 옆에서 징그럽게 입을 벌리고 있는 요금함이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헤매 다니던 내 손도 뭔가를 찾은 모양이다. 꽉 움켜진다.
>
> 주머니에서 손을 빼낸다. 동전이다. 그리고 조금 전에 들었던 소리도 요금함에 떨어지는 동전 소리였다. 그랬다. 나는 ‘띠딕’이나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라는 소리가 아닌 ‘드르륵’거리며 떨어지는 토큰 소리가 듣고 싶었던 것이었다.
>
> 이제는 사라진, 그러나 옛날의 기억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 것들이 그리웠던 것이었다.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행복 매표소에서 나눠준 행복은 다름 아닌 추억이었다. 한 구절의 시구에 만족해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떠나는 나그네들의 발자국 소리였다.
>
> 위의 글은 제가 알고 있는 구 성국님의 기고 기사입니다.
> 정말 요즘 전 무었을 잊고 사는 것같습니다.
> 무었을 잊어 버렸을까 갸우뚱 ^^?
> 조금 전에 또다른 아는 분이 메일에서
> 레이 칼슨의 말처럼 봄이 침묵하기도 전에
> 겨울이 먼저 침묵한다고 안타까워 하더군요
> 겨울이 와야 봄이 올텐데 ^^
> 가끔 들러 보겠습니다.
> 수고 많이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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