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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를 꿈꾸는 1급 장애인 영호- 기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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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193회 작성일 17-03-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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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를 꿈꾸는 1급 장애인 영호
오른다리, 오른팔 잃어…의족 제작에만 1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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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기사작성일 : 2017-03-03 09:32:57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왼발 전체를 가득 덮은 울긋불긋한 흉터, 허벅지 위로 절단된 오른다리, 손목이 없는 오른팔. 그날의 사고는 영호(가명·17)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때는 지난 200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2학년 영호는 여느 날처럼 영어학원 통학차량을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늘 엄마가 길 건널목까지 바래다줬지만 그날은 달랐다. "엄마 없이 혼자서 갈 수 있다"는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영호 혼자 현관을 나선 것. 영호 엄마도 별일 없을 거란 생각으로 영호 혼자 가도록 내버려 뒀다. 

 

하지만 영호를 혼자 보낸 대가는 참혹했다. 

 

"왜 하필 그날 아이를 혼자 가도록 했을까요. 그런 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죠."

 

건널목에서 '끼이익!'하는 굉음과 함께 조그마한 영호의 몸은 덤프트럭에 치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져버렸다. 온몸은 찰과상으로 피부 이식수술을 받아야 했고 오른팔, 오른 다리는 염증으로 절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피부가 다 벗겨진 상태로 서울에 올라와 여러 번 수술을 받았어요. 그 어린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영호(가명·17)는 오른팔, 오른다리가 절단돼 1급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오른팔, 오른다리를 잃고 1급 장애인 판정을 받은 영호는 학교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사고 직후 1년간은 절단수술, 피부이식수술로 집(광주)에 내려가지 못하고 오로지 병원(서울)에서만 살았다. 초등학교 3, 4학년 생활도 거의 포기해야 했다.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6학년 때부터는 다행히 결석 않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지만, 학교를 나가는 일도 영호에게는 고통스러웠다. 

 

영호는 "아이들이 '장애인'이라고 많이 놀렸고 교실에 혼자 남겨둔 채 다들 나가버린 적도 있다"며 "다 짜증 나고 하기 싫었다"고 회상했다.

 

영호는 아이들과 어울리는 일도 좋아하는 체육 시간도 소풍, 수련회, 수학여행도 경찰이 되고 싶은 꿈도 다 포기해야 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오롯이 아이들의 놀림만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놀이터에 나가면 아이들이 도망갔어요.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죠. 사람들의 시선도 싫었고요."

 

영호는 오는 4월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배틀암'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의족 제작에만 1000만 원 혼자 부담

 

상처받는 영호의 모습은 엄마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영호의 의수·의족 제작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역시 엄마의 마음을 더 무겁게 짓누르는 돌덩이가 됐다.

 

영호는 그간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가 재작년에 의족을 맞췄다. 당시 의족 제작에 들어간 비용은 무려 1250만 원. 정부 지원금 약 200만 원(의족 수가 227만 원에서 90% 지원)을 제외하고 1000만 원 가량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걸어 다니려면 맞춰 줘야죠. 휠체어 타고 다닐 때는 영호가 위축돼 있었는데, 의족 하면 밖에라도 나가니까요. 그냥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해요."

 

영호는 의수는 갑갑해서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족만 맞춘다 해도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다. 지금처럼 성장기일 때는 성장하는 신체에 맞춰 1년마다 한 번씩 새로 제작해줘야 하고, 성인이 돼서도 5년마다 교체해줘야 한다. 오래된 의족은 '삐걱삐걱' 소음이 나고 갈라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낡은 의족을 계속 쓰면 의족이 닿는 피부에 상처가 많이 생기고 환부 변형, 척추측만증까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호는 매년 1000만 원 가량 부담하며 의족을 새로 맞출 수밖에 없다.  

 

영호 엄마는 일반 의족 제작비도 부담스러워, 2500~4000만 원 정도 드는 전자의족은 꿈도 꾸지 못한다. 전자의족은 일반 의족과 달리 종류와 비용에 따라 계단내려가기, 의자앉기, 자전거타기, 뒤로가기 등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미국에 가서 살라고 하더라고요."

 

미국은 우리보다 의수, 의족 제작 지원금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절단장애인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의료보험비가 높은 대신 전자 의수, 의족 제작을 100% 지원하고 있다. 

 

영호 엄마는 "우리는 지원이 너무 없는 것 같다. 미국처럼은 아니더라도 몇 퍼센트라도 전자의수, 의족 지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씁쓸해했다. 

 

영호는 오는 4월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배틀암' 대회를 앞두고 팔 운동에 열심이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영호는 다행히 어릴 적 상처를 털어 내며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건장한 남자 고등학생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제일 친한 친구 민욱이와 노래방도 놀러 다니고, 초등학교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담임 선생님들과도 꾸준히 연락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다. 병원 정기검진도 잘 받고 있다. 

 

특히 영호가 잘 하는 것은 체육이다. 학교 마라톤 대회에서 16km를 완주해 체육상도 받았고, 얼마 전에는 학교 팔씨름 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종종 광주 팔씨름 동호회도 나가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고.

 

오는 4월 15일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 팔씨름 대회 배틀암(Battle of Arms)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대회를 앞두고 영호는 요즘 30kg 짜리 바벨로 팔 운동에 열심이다. 

 

"요즘 팔씨름이 재밌어요. 그런데 팔씨름 선수는 직업으로 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취미로 즐기면서 다른 직업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영호의 장래희망은 다름 아닌 사회복지사. 자신의 몸도 돌보기 버겁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살겠다는 큰 꿈을 꾸고 있다. 

 

"저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봉사활동도 많이 하려고 하고, 제 몸도 이렇지만 제가 오히려 휠체어 타는 사람을 밀어주곤 해요."

 

상처를 극복하며 큰 포부를 그리고 있는 영호를 보며 영호 엄마는 "영호가 지금처럼 긍정적으로 살아가면서 많이 베푸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희 절단장애인협회장은 "재래식 의족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두 가지라고 가정한다면, 전자의족을 했을 땐 할 수 있는 일이 열 가지나 된다. 하지만 워낙 고가이다 보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금전적인 부담에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활동성이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어느 정도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면 장애로 위축된 삶이 더 윤택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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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주 기자(yj.lee@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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