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장애인 제주 관광가이드 김경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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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1건 조회 11,136회 작성일 10-07-01 09:15본문
제주 관광가이드 김경만씨
지난 10일, 경북 경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장애학생·학부모 등 44명과 함께 제주도에 관광 온 김경수(47)씨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현지 가이드였다. 다운증후군(지적장애 1급)인 아들(17)의 손을 꼭 잡은 김씨는 거침없이 제주의 유래와 특성을 풀어내는 현지 가이드의 해박한 설명에 시종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라산은 '하늘의 은하수를 잡을 만큼 높은 산'이란 뜻으로 높이는 1950m고요, 작은 산 '오름'은 368개가 있습니다."
듬직한 체격의 가이드는 장애인의 특징을 속속들이 아는 듯했다. 초등학생 눈높이의 쉬운 말로 관광지를 소개하고, 이따금 마이크를 아이들에게 돌려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집중이 흐트러진다 싶으면, 관광버스는 '노래방'으로 바뀌었다. 가이드가 먼저 '감수광'을 선창하자, 아이들이 나와 '독수리 오형제' '미래소년 코난' 등의 만화 주제곡을 불렀다.
가이드는 관광지나 식당도 높은 턱이 없는 곳만 골라 일행을 안내했다. 휠체어를 탄 2명의 장애학생을 배려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가이드는 남달랐다. 검은 정장 바지, 가는 줄무늬가 들어간 검정 조끼, 흰 반팔 셔츠의 유니폼 아래로 왼손이 없는 팔이 드러났다. 일행을 안내한 가이드 김경만(25)씨는 지적장애 2급에다 왼손이 없는 중복장애 1급, 중증 장애인이었다.
- ▲ 김경만씨는 누가 봐도 ‘프로’였다. 25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에서 김씨가 관광객들에게 제주 감귤 이야기를 청산유수처럼 풀어내고 있다. 국내 첫 ‘장애인 관광객 전문 가이드’인 그는 예상되는 모든 상황의 정보를 통째로 외워 장애를 커버했다. /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경만씨는 서귀포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의 '장애인 관광객 전문 가이드'다. 그의 장애 정도인 지적장애 2급은 통상 지능지수(IQ) 35~49선 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지능인 것으로 분류된다. 셈에 약하고 한꺼번에 여러 일을 수행하기 어려워 반복훈련을 통해 주로 단순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만씨는 피나는 노력과 반복학습으로 가이드라는 특별한 직업을 얻었다.
미래를 정하지 못한 채 컴퓨터 교육 등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받던 2008년 말 경만씨에게 "관광 가이드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서귀포시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 직업재활 프로그램과 관광복지사업을 꾸리겠다는 것이었다.
신이 났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자체가 꿈만 같았다. 경만씨는 지난해 1월부터 현직 관광가이드와 예절교육사, 웃음치료사, 메이크업 강사, 안내해설사 등으로부터 강도 높은 '특훈(特訓)'을 받았다. 비장애인이라면 배우지 않아도 될 '관광지 입장료 계산하는 법'을 익히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루 6시간. 가이드가 되기 위한 훈련은 강도가 무척 셌고,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6시간 수업만으로는 부족해 집에 돌아간 후에도 3~4시간은 연습에 시간을 쏟았다. 관광객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올 것에 대비해 가이드 멘트의 5~6배 분량의 정보를 외우고 또 외워 통째로 머리에 넣었다.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떨어지기 때문에, 레크리에이션도 철저한 각본대로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경만씨는 모르는 사람에게 서글서글 다가가는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다. 절단장애가 있는 왼손을 보이기가 부끄러워 한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도 몰랐던 강점이 있었다. '장애인 관광객 전담 가이드'가 되는데 장애인이라는 것이 오히려 강점이라는 점이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은 장애인들에게도 어려운 것이었고, 그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식당이나 관광지는 자연스럽게 일정에서 제외됐다.
처음 가이드 일을 나갔던 작년 6월 2일은 경만씨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멘트를 까먹어 책을 들고 설명을 했는데도 경기도 이천의 승가원 자비복지타운에서 온 관광객들은 많은 칭찬을 해주었다. 가이드 경험을 쌓아가면서 경만씨는 장애인이라는 배려에 기대기보다 대신 진짜 '프로'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년 차가 된 요즘, 그는 새벽에 관광지에 출몰하는 일이 잦다. 아침운동 삼아 걸으면서 가이드 멘트를 미리 연습해 보는 것이다.
경만씨에게 꿈을 물으니 재깍 답이 돌아왔다.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찾는 비장애인 학생들을 안내하는 거예요.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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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진님의 댓글
신명진 작성일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산다는거~ 참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