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신체장애에 따른 손해배상 기준이 47년 만에 바뀐다.
대법원은 대한의학회(대표자 이사 김건상)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새 신체장애 배상기준을 마련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은 내부 검토와 관계기간 의견 수렴을 거쳐 올 연말부터 6개월간 시험 적용을 한 뒤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실제 재판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법원은 미국 정형외과 의사 맥브라이드가 만든 신체장애 평가 기준에 따라 배상액을 산정해왔다.
하지만 맥브라이드 기준은 1963년 이후 개정되지 않아 그동안 발달된 의학기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대한의학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직업군과 노동능력 반영 비율을 다시 조사 분석하고 새 기준(KAMS 기준)을 마련했다.
장애가 발생하기 이전의 직업과 신체장애 종류에 따라 정확한 노동능력 상실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미국의학협회(AMA)의 장애평가표도 참고했다.
이를 위해 대한의학회는 우리나라 표준직업 분류를 적용해 직업을 1206개로 나누고 다시 한국직업사전을 바탕으로 43개 직군으로 나눴다.
직업군에 따른 계수는 장애 부위별 7단계로 분류했다. 1군은 해당 직업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은 장애를, 7군은 연관성과 영향이 가장 높은 장애를 의미한다.
신체장애율에 각 단계별 직업계수를 적용하면 노동능력상실률이 나온다. 직업계수가 증가할수록 노동능력 상실률이 증가한다.
대상 장애는 손상과 질병을 포함하고 신체와 정신을 모두 평가대상으로 한다. 다만 치과나 한의학적 장애는 제외된다.
통증과 같이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도구가 없는 증상에 대해서는 장애 평가를 유보했다.
평가 시기는 1년이 지난 뒤에도 증상의 변화가 3%를 넘지 않는 '고정된 상태'를 기준으로 삼았다.
장애 평가는 해당 분야 전문의가 맡되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는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된 새 기준은 기존 맥브라이드 방식에 비해 우수한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다"면서도 "사전에 관계기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새 기준을 실제로 적용할 경우 두 팔 절단 장애에 대해서는 종전 맥브라이드 기준보다 노동능력 상실률이 높게 나온다.
맥브라이드는 사지 장애의 비중이 전신 장애율의 50%, 사지 중 손의 비중이 80%이지만 대한의학회는 미국 AMA 기준과 동일하게 각각 60%, 90%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반면 요추전방전위 등 척추체 질환과 관상동맥질환은 종전보다 노동능력 상실률이 낮게 나타난다.
이들 질환의 경우 최근 치료 방법의 발달로 장애가 덜 남게 된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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