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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IT 제품은 계속 개발되어야 한다(신명진회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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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1건 조회 11,081회 작성일 11-04-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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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어제만 해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랐던 사람들도 '오늘'이 되면 무슨 날인지 알게 된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사실 달력에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지지 않은 특정일들에 대해 잘 알기 어렵지만 장애인의 날만 되면 뉴스에 수화 통역사가 등장하고 장애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송 3자를 통해 방송된다. 평소에는 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없다가도 마치 크리스마스처럼 그 날 하루만은 모든 방송사들이 장애인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다음날부터는 그 관심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사라지고 마는 것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유독 그 날 복지관 방문하는 국회의원 모습은 저녁 뉴스의 단골 소재다).

해서, 기자 주변의 장애인 친구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고자 한다. 물론 기자의 담당 파트가 영상, 음향 등 IT 기기인 관계로 그에 관한 얘기를 하겠다.

기자의 장애인 친구는 다리와 팔이 불편한 친구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두 다리와 오른팔을 절단하게 된 친구. 그 정도면 중증장애인데 기자가 친구를 처음 만난 곳은 고등학교에서였다. 몸이 불편하다고 장애인 학교를 다니지 않고 의족 2개를 다리 삼아 일반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존경할 만한 친구다.

처음에는 일상 생활조차도 참 힘들 것 같았는데 친구는 두 의족에 의지해 볼링을 치거나, 백두산을 등반하거나, 몽골의 체첸궁산을 등정하는 등 일반인들도 선뜻 하기 힘든 야외활동을 즐기는 스포츠 맨이다. 특히 수영 실력이 상당해, 몇 년째 장애인 전국체전의 시 대표 선수로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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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을 통해 오른 백두산에서의 한 컷. 
친구의 모습을 보고 의족 제작업체에서 후원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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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고 체첸궁산을 오르는 절단장애인 회원들과 기자의 친구.
체첸궁산은 해발 2256m에 달하는 높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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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체전을 위해 연습 중인 모습. 수영은 절단 장애인들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샤워장 등 편의시설을 찾기 힘든 게 아쉽다.

 

장애인을 위한 카메라는 없나?

그런 기자의 친구가 5년 전쯤 카메라를 구입하고 싶다며 모델 추천을 부탁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SLR 카메라가 급속도로 보급되던 시기였던 탓에 기자는 친구에게 보급형 SLR 카메라를 추천해 주려고 여기저기 알아봤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왼손잡이용 SLR 카메라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오른손 하나만으로는 덩치 크고 무거운 SLR 카메라를 흔들림 없이 사용하기 어려웠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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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찾았던 왼손잡이용 그립도 이와 같은 형태로 돼 있었다. 
SLR 카메라는 오른손 절단장애인과 왼손잡이에게 불편하지 않을까.

그 와중에 한 해외 사이트에서 왼손잡이나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개인이 만들어 판매하는 그 기구는 오른쪽에 위치한 셔터를 왼쪽에 연결시켜 주는 간단한 장치에 불과했는데 100달러가 넘었고 배송비까지 포함할 경우 15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 구매를 포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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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요 Xacti VPC-CA9. 당시 추천해 줬던 모델은 아니지만 형태는 동일. 
LCD 부를 펼친 후 세로로 쥐는 파지법은 왼손으로도 촬영이 가능해 보였다.

소형 카메라들 역시 오른쪽에 셔터가 있어 왼손으로 찍으려 하면 LCD 모니터를 가리게 돼 선뜻 구매하기  어려웠다. 결국 기자가 추천한 모델은 버티컬 타입의 산요 작티 시리즈였다.

 

장애인에게 특히 더 유용한 스마트폰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스마트폰이 유행하게 됐다. 친구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기본료와 통화료 총액의 30%를 할인받을 수 있어 값비싼 스마트폰 요금제도 큰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도 친구는 약정 기간 내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아까워 얼마전에야 비로소 스마트폰으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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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격이 크게 떨어져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된 갤럭시 U.
스마트폰은 검색/지도보기/전화걸기/사진 첨부하기/이메일 보내기 등 
여러 작업을 하나의 기기로 수행할 수 있어 장애인에게 특히 큰 도움이 된다.

친구가 구매한 '갤럭시 U'는 500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 기능을 제공한다. 비록 플래시가 없고 전용 디지털 카메라보다 이미지 품질이 떨어지지만 왼손으로도 찍을 수 있고 무게가 가벼워 한 손으로 촬영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게다가 찍은 사진을 즉시 카카오톡이나 트위터 등에 업로드 할 수 있어 오히려 더 편하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게임기로도 무척 유용해 보였다. 과거 기자가 친구와 함께 오락실을 다니던 고교시절에 친구는 왼손을 크게 벌려 새끼손가락으로 조이스틱을 조정했고 엄지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러 게임을 했었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닉 부이치치가 드럼을 치는 것 이상으로 신기했었다. 다행히 친구는 게임을 그리 즐기지 않았는데 기자의 추측으로는 소니 PSP나 닌텐도 DS였다면 게임을 못 했을 것이다. 한 손으로 조작하려면 디스플레이를 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스마트폰의 게임들은 대부분 화면을 터치해 조작하거나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활용하므로 장르에 제약이 따르겠지만 한 손으로도 그리 어렵지 않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최근 친구가 출퇴근 길에 애용하는 게임은 '헝그리 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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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탑재되어 있다. 이 센서는
스마트폰의 화면 기울어짐이나 흔들림을 프로그램에 적용해 준다. 
화면은 '헝그리 샤크' 게임 화면. 한  손으로도 조작하기 쉽다.

 

움직임이 불편한 이들에겐 대화면의 태블릿 PC가 유용해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카카오톡을 설치해 고등학교 동창들과 그룹 채팅도 하고 게임도 설치하는 등 열심히 활용하는 친구를 보니 갑자기 태블릿 PC가 떠올랐다. 기자는 기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보다 태블릿 PC에 관심이 잔뜩 쏠려 있는데, 태블릿 PC는 역시 한 손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듯하다. 굳이 의수를 끼우고 거기에 태블릿 PC를 고정시킬 수 있는 거치대를 마련해 놓으면야 쓸 수 있겠지만 그것은 너무도 불편하다. 편리함을 위해 사용해야 할 태블릿 PC가 짐꾸러미로 전락할 듯했다.

아직 태블릿 PC는 한 손 절단장애인이 사용하기 힘들지만 경직형/불수의운동형 뇌성마비 장애인 같이 정밀한 작업이 힘든 장애인들에게는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큰 태블릿 PC가 더 적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 보니 얼마 전 삼성전자가 장애인을 위한 갤럭시탭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장애인을 위한 PC 주변도구 대부분은 USB로 연결하는 형태인데 많은 태블릿 PC가 USB 단자를 갖추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고.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탭은 장애인을 위해 USB 단자를 추가했고 블루투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판도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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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태블릿 PC의 캠코더로 촬영하면 이를 원격지원센터에서 
수화나 문자로 변환해 보여주는 청각장애인용 갤럭시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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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을 위한 구강 마우스, 호흡 리모컨 등도 개발되고 있다. 
IT의 발전은 이렇게 장애인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안겨 주기도 한다. 
사진은 교통사고로 목  아래 부위가 마비된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가 구강 마우스와 호흡 리모컨을 시연하는 모습.

 

장애인 차량, 알고 보면 장애 유형별 옵션 다양해

친구가 사는 곳은 인천이고 직장은 서울 청량리에 위치한 서울시립대학교 도서관이다. 멀고 먼 출퇴근 길을 버스와 전철을 이용해 통근하는데 그 시간이 무척 길고 힘들어 친구가 승용차 구입을 고려했던 적이 있다. 비록 친구의 두 다리는 의족이지만 아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차량을 운전하는 데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실제 면허증도 그리 어렵지 않게 취득했었다.

친구가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후 함께 승용차를 알아본 적이 있다. 당시 기자는 장애인의 혜택은 장애인용 LPG 차량 구입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외에 장애 유형별 옵션 설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왼발 장애, 왼손/왼발 장애, 왼손/오른발 장애, 오른발 장애, 오른손 장애, 양발 장애' 식으로 장애 정도에 따른 약간의 맞춤 옵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상당히 유용하다. 자가 운전이 가능한 장애인 수도 상당하며 대부분은 선천적 장애가 아닌, 사고 등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동차 판매 전시장을 다녀봐도 장애인용 카탈로그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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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년도 K5 장애인 차량 가격표. 장애별 옵션가격이 따로 설정돼 있다. 
(클릭하면 확대됨)

최근에는 시각장애인용 승하차 보조 장치라든가 하는 식의 고급 옵션도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옵션을 더하면 가격이 부쩍 높아질 것 같아 장애인들의 차량 구입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하루뿐인 관심보다 진정 도움이 될 만한 
지속적인 관심과 행사, 제품들이 있었으면…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매년 4월 20일만 되면 온갖 언론에서 장애인을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것도 중증 장애를 딛고 일어난 사람, 일반인 못잖게 특기를 부리는 사람을. 기자의 친구 역시 중증 절단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다 보니 그간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나왔었고 몽골 원정을 KBS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가 취재했었다.

올해에도 어김 없이 S일보에서 취재했다고 했는데 최종 데스크에서 삭제됐는지 기사화되지 않았다. 너무 잦은 언론 노출 탓일까?  

친구는 기자에게 "항상 이맘때쯤 되면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절단장애인 협회에 소속되었고 공무원으로 일 하고 있는 친구는 그런 언론의 모습에 오래 전부터 실망한 듯했다. 아직까지 장애인들이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불편리가 셀 수 없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 작은 것들 하나 신경쓰는 대신 연례행사처럼 장애인의 날에만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 곱게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친구에게 "네 이야기를 써 볼까 한다"고 하니 괜찮다고 했다. 사진도 제공해 주었고 실명이 언급되어도 상관 없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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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와 함께 방문했던 2010년 태국 여행 사진. 친구 신명진 군은 
첫 해외여행 때 두려움도 있었지만 막상 경험하고 나니 혼자서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장애인의 늠름한 모습이라든가, 치열한 삶의 현장을 다루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오랫동안 친구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찾아봐 주고 조언을 해 줬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른 언론들도 장애인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도움이 될 만한 제품들을 자주 소개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장애인의 날에는 더 많은 장애인이 IT 제품의 도움으로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미디어잇 이상훈 기자 tearhunter@it.co.kr
상품전문 뉴스채널 <미디어잇(www..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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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훈님의 댓글

심재훈 작성일

명진이형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