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애인을 감동시킨 미국 대학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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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영진 댓글 0건 조회 10,907회 작성일 14-06-24 14:03본문
한국 장애인을 감동시킨 미국 대학의 배려
미국 온지 1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사람을 놀래키는군요. 오늘 있었던 놀라운 경험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최종 컬리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오후에 시간 내서 학교 캠퍼스를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언젠가 학교 홈페이지에서 장애인 학생 서비스 센터가 있다는 글을 본 게 기억나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딱히 볼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어떤 서비스가 있나 싶어서 찾아가 봤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는 안했습니다. 종합대학도 아니고 일개 커뮤니티컬리지에 그런 센터가 있는 사실에는 좀 놀랐지만, 우리나라에서 늘 그렇듯 그냥 명목상 형식적으로, 있어야 하니까 사무실만 해놓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금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나를 놀라게 한 장애인 학생을 위한 설문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직원이 뭘 도와줄까 물어보기에 그냥 둘러보러 온 신입생이라고 이야기하고 어떤 서비스들이 있는지 정보를 좀 받을 수 없냐고 하니, 카타로그 팜플렛 몇장을 주더군요. 로비에서 그 유인물을 대충 보고 있는데, 10여 개가 넘는 캠퍼스 건물 중 두 개 건물이 오래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수강과목 확인하여 도움을 요청하라는 내용의 글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데스크에 확인을 하니 여름학기 수강 두 과목 중 한 과목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2층에 강의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데스크 직원이 말하기를 정식으로 접수하고 전문 카운슬러에게 상담을 받으라고 하더군요. 몇 가지 정보를 기입하고 1~20분 정도 기다려 제 차례가 되어 상담을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A4용지를 하나 주면서 필요한 사항에 체크를 하라고 하더군요. 그 문서에는 장애를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의 항목들이 50여가지 이상 빼곡히 나열되어 있더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1. 어떤 종류의 책상이 필요한가?
2. 강의 녹음이 필요한가?
3. 교재를 읽어 줄 서포터가 필요한가?
4. 필기를 대신해 줄 서포터가 필요한가?
이외 여러 항목들 중 조금이라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선택하라고 하였습니다.
장애인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층의 수업을 듣고 싶다면 교실을 옮겨주는 미국
그리고 또 다른 한 장의 메뉴얼을 주는데, 캠퍼스생활과 시험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1. 필요하면 강의실과 도서관등에서 지정석을 제공할 수 있다.
2. 교내 어디서든 귀 학생은 최우선이니 줄을 설 필요없고, 바로 사무직원을 찾아라.
3. 시험은 별도의 공간에서 응시할 수 있으며, 시험 시간은 두 배로 제공한다.
제 입장에서 시험시간 두 배 배정은 정말로 필요한 사항이었습니다. 답안지 작성뿐 아니라 종이 넘기는 것 조차도 다른 사람들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강의실 문제… 저는 솔직히 도우미들이 와서 휠체어를 오르내려 주겠다 정도로 예상했었습니다. 한국에선 종종 그렇게들 하니까요. 근데 이게 도와주는 입장이나 받는 입장이나 여간 불편한게 아닙니다. 아니, 불편의 차원을 떠나 머랄까요… 여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참 거시기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미국 대학에서는 1층으로 강의실을 옮긴다지 뭡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해 다른 클래스의 강의실과 교환을 하는거죠. 나 하나 때문에 강의실을 옮기고 그 정보를 전체 학생에게 이메일로 통보한다는군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4일만에 강의실을 옮겼다고 메일이 왔습니다. 또 하나 감동 먹은 건 강의실 바꾼 거 미안하다는 표현만 있지, 어디에도 왜 강의실을 옮겼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미국의 설계
버스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나 때문에, 나를 위해’ 강의실을 옮기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를 위해’ 강의실을 옮기도록 결정한 것이다. 라고 말이죠.
내가 아닌 비장애인입장에서는 강의실이 1층에 있으나 2층에 있으나 차이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니까요.
장애인 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내 조국의 어느 학교가 입학을 거절했던 기억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오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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